불확실한 조건에서의 사고 

불확실한 조건에서의 사고

(제6장 사고와 지능)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불확실한 곳이다. 그런데도 확실하다는 착각(화실성에 대한 정서적 욕구)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확실성에 대한 이러한 욕구는 인간이 벌이는 사고 활동의 근본적 특징인 것 같다. 우리는 또한 Gigerenzer(2002)가 말하는 통계적 무지 때

문에 고통을 겪기도 한다. 불확실한 조건에서 감행하는 우리의 추리가 잘못되기 일수 라는 뜻이다. 그러한 추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확률에 대한 이해력도 있어야 하고 또 확률(가능성)에 대한 판단/추정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먼저 확률부터 논의한 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사람들은 그런 확률/가능성을 어떻게 추정 하는지를 소개하기로 한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확률적이다. 예를 들어 내일 비가 올 가능성은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다. 여러분이 이 과목에서 4학점을 딸 가능성 역시 클 수도 있고 작 을 수도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질 확률이란 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뜻한다. 확률은 0에 서 1까지의 값으로 확률이 0이란 절대 그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며, 확률이 1이 라면 반드시 그 일은 벌어진다는 뜻이다. 일어날 확률이 0이거나 1인 사건에는 불확실 성이 없다. 확률이 0.5인 일/사건의 불확실성이 가장 높다. 그 일이 일어날 가능성과 일 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반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처럼 불확실한 일이 가득한 세상 에 살고 있다. 때문에 여러 가지 일, 특히 중요한 일이 벌어질 화률(불확실성)을 추정하 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면 우리는 그런 불확실성을 어떻게 추정하는 것일까? 영어 단어에서 r이 첫 문자인 단어(예 : receiver)와 세 번째 문자인 단어(예 : certain) 중 어느 것이 더 많을까?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r이 단어의 첫 문자일 가능성(확 률)과 세 번째 문자일 가능성(확률)을 추정한 후, 둘 중 어느 쪽이 큰지를 판단해야만 한다. 사람들은 이런 확률을 어명게 추정할까? 한 가지 방법은 r이 첫 문자인 단어와 세 번째 문자인 단어를 얼마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가를 고려하는 방법이다.

그렇게하면 아마도 r로 시작하는 단어를 떠울리기가 휠씬 수월할 것이고, 따라서 r로 시작하는 단 어가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만약 여러분도 이와 같은 방식을 따랐다면.,여 러분은 확률문제의 답을 구하기 위헤 휴리스틱(쉽게 기억해낼 수 있는 것이 더 많을 것 이라는)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잡시 >6 확률추정에 이용되 는 주요 휴리스틱을 논의할 때 다시 하게 될 것이다. 그때 이 휴리스틱이 얼마나 정한 한답을 제공하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불확실한 사건의 확률을 추정해야 하는 일 외에도 다양한 사건/일들이 서로 관련된 정도를 찾아내어 세상사의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노력도 한다. 일례로 관절 통증은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까? 이런 문제의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이들 두 사건 간 관계가 어떠한지에 관한 가설을 설정하고 검증해봐야 한다. 이러한 가설검증을 통해 우리는 세상사가 전개되는 방식을 배우게 된다. 이 세상에 관한 대부분의 지식은 이러한 가설검증을 통해 누적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가설을 검증할 때 심리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수행하는 것과 같은, 엄격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주관적이고 비공식적인 절차를 따른다.

비과학적 방법으로 확보된 지식인만큼 그러한 지식의 정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천리안이니 텔레파시 같은 현상에 대한 민음이다. 그러나 제3장에서 보았듯이 그러한 현상의 경우 과학적으로 입증된 증거는 하나도 없다. 주관적 가설검증을 따르면 그러한 잘못된 믿음이 쉽게 형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곤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먼저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화률추정 방법과 그런 화률추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방식부터 살퍼보기로 하자.

 

확률 판단

인지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은 사람들이 확률을 추정할 때 자주 이용하는 두 가지 휴리스틱(대표성 휴리스틱과 가용성 휴리스티)을 찾아냈다(Iversky & Kahneman 1974). 이 두 가지 휴리스틱을 이용하면 대개는 상당히 훌륭한 판단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그 판단이 잘못될 때도 있다. 그 주된 이유는 이 휴리스틱 때문에 확률추정에 극히 중요한 정보를 무시해 버리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다음 문제를 고려 해보자(Iversky & Kahneman, 1983).

과제는 민주 씨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읽은 후, 민주 씨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입니다. 민주씨에 대한 소개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민주 씨는 외향적이며 아주 총명한 31세의 독신녀이다. 대학에서는 철학을 전공했고, 대학시절에는 불평등 문제해결과 사회적 정의구현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반핵시위에도 가담했었다.

민주 씨에 관한 다음 진술 중 어느 것이 더 그럴듯한가?

민주 씨는 은행원이다.

민주 씨는 은행원이면서 활발한 여권 신장 운동가이다.

 

 

대표성휴리스틱

어느 진술이 보다 더 그럴듯한지를 결정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표성 휴리스틱을 이용한다.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 heuristic)이란 어떤 대상이 특정 범주의 구성원일 가능성을 추정할 때 그 대상이 그 범주를 대표하는 정도(또는 닮은정도)를 기초로 판단하는 어림짐작을 일컫는다.

대표하는 또는 닮은 정도가 클수록 구성원일 가능성도 커진다는 법칙이다. 위 문제를 만난 대학생, 대학원생, 교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휴리스틱을 이용하여, 두 번째 진술이 첫 번째 진술보다 더 그럴듯하다고 판단한다(Iversky & Kahneman, 1983). 그 이유는 민주 씨가 은행원보다는 활발한 여권 신장 운동가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번째 진술이 첫 번째 진술보다 더 그럴듯할 수가 없다. 왜? 민주 씨에 관한 소개와 화률추정은 전혀 무관하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조건에서의 사고 

그림 6.1의 다이어그램을 보자. 이 다이어그램은 두 가지 불확정사상(이 경우 은행 직원이면서 여성 운동가)에 관한 공접법칙을 나타낸다. 공접법칙에 의하면 두 사상이 겹칠 확률(그림에서 겹친 부분)은 두 사상 각각이 일어날 확률보다 클 수가 없다. 왜냐하면 겹친 부분은 각 사상의 부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권 신장 운동에 참여하는 은행원은 모든 은행원의 일부에 불과하다.

모든 은행원은 여권 신장 운동에 참여하는 은행원보다 더 많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그냥 은행원일 가능성은 어떤 사람이 은행원이면서 여권 신장 운동가일 가능성보다 크다고 해야 한다. 그런데도 민주 씨를 그냥 은행원일 가능성보다 여권 신장 운동가이면서 은행원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하는 것은 공접오류에 해당한다.

공접오류(conjunction fallacy)란 불확실한 두 가지 사건이 겹쳐서 일어날 확률이 각각의 사건이 따로따로 일어날 확률보다 크다는 오판을 뜻한다. 대표성 휴리스틱을 이용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공접법칙이라는 아주 간단한 확률법칙을 간과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여러분은 그러한 휴리스티의 단점. 즉 그런 어림짐작을 이용하면 화률추정에 필수적인 정보를 무시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대표성 휴리스틱을 사용하면 이른바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acy)도 범하고 된다.한동안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지금까지 자주 일어났던 일보다 앞으로는 터 자주 일어날 것이라는 엉풍한 믿음을 갖게 된다는 말이다. 어떤 사람이 동전을 8번 던졌는데 8차례 모두 앞면이 나왔다고 하자. 9번째 던진 동전의 결과에 10만원씩 걸기로 한다면 앞면에 걸겠는가, 뒷면에 걸겠는가? 많은 사람들은 뒷면에 걸려고 한다.

앞면보다는 뒷면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면과 뒷면이 나올 실제 확률은 똑같이 2분의 1이다. 도박사의 오류를 보여주는 유명한 사건 중 하나는 1913년 몬테카를로의 카지노에서 일어났다. 룰렛 휠이 26번이나 연달아 흑색구역에 멈추는 일이 벌어졌다(Lchrer, 2009). 그 26번째 판에 대부분의 사람은 적색구역에 돈을 걸었다. 적색에 검출 때가 됐다고 느꼈던 것이다. 다시 말해 대다수의 사람은 률렛이 그때까지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휠을 적색구역에 정지시킬 것이라고 가정했다는 뜻이다. 카지노에서 수백만 프랑을 버는 일로 이 사건은 끝이 났다.

“휠에는 마음이 없다. 영혼도 없고, 공정성에 대한 감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반대로 생각하곤 한다.”(Vyse, 197, p. 98) 그러면 사람들이 도박사의 오류를 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 역시 대표성 휴리스틱을 이용하는 데 있다(Tversky & Kahneman, 1971). 사람들은 수차례에 걸쳐 벌어지는 일(동전을 9차례 던진 결과)도 장기적 확률 법칙을 따른다고 생각한다. 간단히 말해 사람들은 무선적인 계열(random sequence)은 길든 짧든 무선적으로 보여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확률과 평균 법칙은 단기적인 계열이 아닌 장기적인 계열에서반 성립된다. 여기서 발하는 장기적이란 ‘무한대로 장기적’을 뜻한다. 그러나 대표성 휴리스틱 때문에 우리는 이런 사실을 잊고 살아간다

그러면 왜 사람들은 대표성 휴리스틱을 함부로 이용하며 또 특정 범주의 구성원과 유사하다는 정보만을 기초로 판단을 내리는 것일까? 그 이유는 사람들의 마음이 정보를 자동적으로 범주화한다는 데 있다. 범주화란 명칭만 다를 뿐 그 과정은 형태인식의 과정과 동일하다. 형태인식이 자동적인 과정이라는 사실은 제3장에서 소개한 바 있다.

우리의 뇌는 세상을 구성하는 대상(사람, 사물, 사건 등)을 끊임없이 인식(범주화)한다. 범주화는 우리 뇌의 기본 작동 원리에 해당한다. 이는 사람들이 대상의 범주를 판단할 때도 형태를 인식할 때처럼 확률(그럴듯한 정도)을 기초로 판단한다는 뜻이다. 이런 방식(사물을 그럴듯한 정도를 바탕으로 범주화하는 방식)이 바로 뇌의 정상적 작동방식 이란 말이다. 확률에 기초한 판단도 그렇지만, 대표성 휴리스틱도 마주치는 사람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사람에 대한 첫인상이 대부분 범주 유사성/대표성을 기초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사람을 범주화할 때 우리는 그들과의 첫 만남에서 수집되는 얼마 되지 않는 정보를 기초로 범주화한다. 초기의 이 판단은 선추정에 불과하기 때문에 첫 만남 이후에 수집되는 정보를 주의 깊게 처리하여 그 사람에 대한 오판을 하지 않도록 극히 조심해야한다.

[출처: 심리학과의 만남/Richard A.Griggs, Sherri L.Jackson 지음/신성만.박권생.박승호 옮김/시그마프레스]